내가 머무는 곳 & 생각들

고양이와 나의 관계

아오야마 2020. 3. 17. 12:24

 

 

 

살면서 강아지를 키워 본 적은 딱 한 번 있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갈 즈음이었던 것 같은데 그건 내게 아주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차마 말로 하기도 싫을 정도이다. 

그 이후로는 동물을 키워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럼에도 어떤 개인적인 기호를 따져 본다면 나는 고양이라는 동물은

썩 좋아하지 않았던 건 같다. 일단 성격 자체가 건방져 보인다고 해야 할까. 

주위에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은 꽤 많았던 것 같은데 그냥 볼 때마다 

시큰둥했다. 딱히 키워보고 싶다는 마음은 들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살던 곳 주위에는 고양이가 늘 한마리씩은 있었던 것 같고

그들과는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했던 것 같긴 하다. 가끔 먹이를 던져주고 

그걸로 끝이었지만.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된 계기는 역시나 책이었을까.

하루키의 책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바로 그 고양이들..그때부터 호기심이

조금씩 생겨 났던 것 같다. 특히나 나는 뮤 라는 그 샴고양이가 무척 인상 깊었었는데

그렇긴 해도 혼자 사는 집에 내가 출근하고 나면 덩그러니 고양이

한 마리만 남겨 두기도 뭐해서 키우겠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었다.

내가 가끔 그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어차피 고양이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해서 전혀 상관없다고는 하던데 아무튼 그 말들이 내 행동을 이끌 정도로

그렇게 설득력이 있었던 건 아니었나 보다.

 

그러다 7월에 이 곳에 내려오고 나서 급기야 일이 벌어졌다.

별일이 없는 한 1년은 오롯이 집에만 붙어 있어야 할 것 같고 그러자 

심심해 졌다고 해야하나. 그래서 그 동안 하고 싶은데 하지 못했던 일을

해버리고 말았다. 

 

마침 내가 있는 곳 바로 근처에 사시는 분이 고양이 분양 광고를 냈고

심지어 그 분이 직접 데려다 주기까지 했다. 그렇게 내가 사는 집에 처음으로 

고양이가 등장했다.

 

1살이 조금 넘은 샴고양이 인데..데려다 주신 분의 말에 의하면 자기 집에는

애들 때문에 이제 힘들어서 분양을 하는 거라고 하셨다. 그래서 2 주 전에 

다른 집에 분양을 보냈는데.. 그 집에서 도저히 못 키울 것 같다고 연락이 와서

결국 다시 데려온 거라고.. 2 주 사이에 고양이가 살이 쏙 빠져서 왔다고 무척이나

안타까워 하셨다. 

내가 보기에도 이 녀석은 무척 날씬해 보였다.

 

그 후의 일들을 생각해 보면 

이 녀석은 오자마자 드러 누워서 잠만 잤다. 꼭 몇 일 밤을 새고 온 것 같았다.

나는 그래서 아 역시 고양이는 강아지와는 다르게 얌전하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건 순전히 내 착각이었음이 얼마 뒤 밝혀 졌지만.

 

그렇게 잘 적응하나 했는데 가만 보면 이 녀석이 수시로 뒷발로 자신의

귀를 긁어댔다. 그것도 아주 격렬하게 긁는다. 

방금 전까지 쿨쿨 자던 녀석이 갑자기 그런 행동을 하면

나로서는 굉장히 신경이 쓰인다.

근데 난 고양이는 원래 그러나 했는데... 마침 지나가던 옆집 아주머니가 한 번 보시더니

귀에 뭐가 있는 것 같다고 해서(이분은 집에 두마리나 키운다)

그래서 다음 날 시내에 있는 병원에 데려갔다.

 

그리고 의사에게 진단을 받고 귀청소를 하고 약을 바르고 등등

무슨 진드기라고 하는것 같았다. 

그래서 새까맣던 귀 안이 하얗게 변했다.. 원래 그런 색이었나 보다

그 날은 나도 무척 뿌듯했다. 돈은 좀 들었지만 말 못하는 짐승이

그간 얼마나 괴로웠을지 생각하면서 우리는 서로 꼭 껴안았다.

아무튼 그날 이 녀석의 이름도 정해졌다. 

병원 기록에 그렇게 등록되었으니 정식 명칭인 셈이다.

이 녀석의 이름은 `소크라테스` 였다. 그 이유는 길어서 생략 

(이름 하니 떠오르는데 수의사 이름이 자그마치 고라니였다. 아 이 분은 수의사가 될 수

밖에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씨성을 가진 분은 자녀 이름을

하루키라고 지어 보는 것도.....너무 나갔나?)

 

수의사 분도 이렇게 얌전한 고양이는 처음 봤다며 칭찬이 자자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전문가가 하는 말이니 나도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렇게 병원을 다녀오고 나서부터 이 녀석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귀가 가렵지 않으니 이제 다른데 신경쓸 여유가 생긴 건지 아니면 원래 성격이 그런건지

이건 내가 생각하는 고양이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냥 사람 옆에 붙어서 떨어지지를 않는다.

잘 때는 내 머리 맡에 와서 웅크리고 자고 컴퓨터 하고 있으면 옆에 드러눕고

화장실 일 보러 가도 세면대에 앉아서 나를 지켜본다.

샤워를 할 때는 멀찌감치 세탁기 위에 앉아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데 나로서는 기분이 좀 묘하다. 그래서 물을 튀기면 그때야 도망간다.

그 외에도 많지만 생략..

 

그래도 고양이인지라 자기가 귀찮으면 조용히 숨어 있는데.. 

나도 성격이 얌전한 편은 아니어서.. 그때는 내가 가서 귀찮게 한다.

예를 들면 내가 자는데 옆에 와서 이 녀석이 털을 핧고 있으면

나는 그저 도와주려고 그 녀석의 뒷발에 있는 털을 혀로 슬쩍 핧아주는데

그러면 이 녀석이 멈칫했다가

바로 내 얼굴에 펀치를 날린다. 아니면 이 녀석이 하품 할때 내가 슬쩍 입안에

손가락을 대고 있다거나(그 뒤의 표정이 꽤 재밌다)

또는 이 녀석이 자고 있을 때 내가 일부러 깨운다거나. 어쨋든 그러다가 싸운다.

 

하루는 나갔다 왔더니 이 녀석이 사라져 버려서 찾느라 난리를 쳤는데

알고보니 전자렌지 뒤편에 전깃줄이 지나가는 구멍사이로 떨어져서

싱크대 밑으로 들어가 있었다. 결국 드라이버를 들고 싱크대 막음 부분을 떼어내고 

찾아냈다. 

 

뭐 이런저런 에피소드가 있다만 역시 가장 기억나는 건...이 녀석의 성격이랄까.

하여간 자기 원하는대로 안해주면 느닷없이 털을 곤두세우고는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는 정말 차갑게 홱하고 돌아서서는 걸어가 버리는데..그 모습이 마치 인간같다.

내가 다른 건 다 참아도 그 행동만큼은 그냥 넘어가 줄 수가 없다.

꼭 나의 아픈 기억을 자극하는 기분이랄까. 그 때마다 화장실에 넣고 가둬버린다.

(우리집 화장실은 아주아주 넓다.. 이건 학대가 아니다)

물론 그것도 길어야 10분이지만..(아주 서럽게 울어 댄다).

 

하여간 고양이는 하루키가 말한대로 재밌는 점이 많은 동물이었다.

이 녀석은 내가 책 읽다가 심심해서 바닥을 손으로 탁탁 치면

캣타워에 있다가도 나에게 온다.

(부르면 오는 고양이다) 

그것 외에도 그동안 내게 그렇게 달려들었어도
내 몸에 피는 커녕 조그만 흔적 하나 남긴 적이 없으니.. 선을 지킬줄 아는 실로 영리한

고양이였던 것 같다.

 

그렇게 함께 3개월을 보냈는데..아쉽게도 나는 이 녀석을 다시 보내기로 했다.

그건 내가 장시간 집을 비워야 하는 이유 때문이었던 것 같은데.

어디 맡겨놓고 가기도 그렇고..고민 끝에 그런 결정을 내린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이건 표면적인 이유이고... 진짜 이유가 있는데..

이건 솔직하게 말하면 애묘카페에서 사람들이 달려와 

나를 단두대 앞으로 끌고갈 것 같아서.. 말하고 싶지 않다. 

(나는 이번에 일본에 갔다온 이후로 성격이 좀 변했다.

이제 사소한 것이라도 나의 과오는 철저하게 숨기기로 마음 먹었다.

실은 며칠 전에도 목욕탕에서 모르고 키를 가져와 버렸는데.. 예전 같으면 

다음날 지나가다가 미안하다 말하고 가져다 줬겠지만,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다음에 목욕탕에 갈 일이 있으면 그때 슬쩍 제자리에 두고 올 생각이다.)

 

고양이를 키우는 일이 내가 생각하는 만큼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거기다 그 후에도 문제였다.

인터넷에 올렸더니 키우던 동물을 분양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나와는 전혀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여기서부터는 내 의견 생략....)

 

그래서 그때부터 시간을 두고 아주 조용히.. 조심스럽게 일을 진행했고

그러다 마침 이 녀석이 처음 살았던 곳,, 그 곳에서 어떤 분이 연락을 해오셨다.

이야기를 들어보고 괜찮겠다 싶어서 나도 승락을 했고 

실제로 뵙고나니 아주 좋으신 분들 이었다. 이 녀석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만

환경도 더 괜찮아 보이고.. 거기엔 무려 친구도 있으니까.

 

그렇게 우리는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 헤어지게 되었다. 

 

지금 와서야 가끔 그립기는 한다..데려가신 분께서 지금도 한달에 한번은 사진을 보내

주시니까 거기서 위안을 삼으련다. 지금 생각해도 보내기를 잘한 것 같긴 하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만 이 녀석은 성격이 활동적이라 사람들이 많은 곳을

좋아하는 것이 틀림 없어 보인다. 절대로 얌전한 성격은 아니다. 거기에는 무려 자기와

놀아줄 사람이 셋이나 더 있으니..

 

처음에는 살이 쏙 빠져서 왔지만 여기 있는 동안은 건강식은 아니겠지만 

내가 봐도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꽤나 비싼 캔사료만 주구장창 사줬으니..

이 녀석도 나에게 딱히 나쁜 감정은 없을 것 같다. 

 

이 녀석이 거기 간 이후로는 살이 꽤 많이 쪘다. 잘 적응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가끔 이녀석을 떠나 보내서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만 그 집에는 원래 고양이가 한

마리 더 있었다고 한다... 내가 듣기로는 정말..너무나 얌전해서 아예 움직일 생각조차 

안하는 고양이라고 하는데.. 그 고양이가 이 녀석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나 않을까 해서

오히려 미안하다고 해야할까. 처음에는 둘이 좀 싸웠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었다. 지금은

모르겠다만. 같은 암컷이라 그런가.

 

그 고양이의 이름은 모르겠는데 품종이 `놀숲` 이라고 하는데 이게 알고 보니 

`노르웨이의 숲`이라고 한다.. 왜 고양이 품종에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는 의문이다.

노르웨이에 있는 숲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었길래 그런 이름을 여기저기 갖다

붙이는지 한 번 가보고 싶을 정도인데..

 

 고양이는 잘 모른다만 노르웨이의 숲이 나온 김에 한마디 하자면

원래 그 집에 있던 고양이는 성격이 나오코를 닮은 것 같고

우리 집에 있던 녀석은 미도리가 분명하다. 있는 동안 집안에 있는 물건은

손도 안대는 영리한 녀석인데 대신에 나를 긁는다. 그리고 언제나 나는

거기에 반응한다.

고양이와 말싸움을 하던 내 모습을 생각하면 문득 자괴감이 들 정도이다. 

(고양이가 말을 못하니까 그 감정에 대해서는 나도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내 느낌만을 근거로 말하자면 이 녀석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안해주면 나한테 짜증을 내거나 아니면 화를 낸다. 그건 분명하다.

사료도 맘에 안 드는 거 주면 손도 안대고 나를 노려보는데..내가 짐짓 모른 척 하고

있으면 와서 날 깨문다. 결국 승자는....)

 

아무튼 지금은 저렇게 늠름해졌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

저 녀석은 분명히 저기가 마음에 드는 게 틀림없다. 

(원래 있던 놀숲은 지금 마음이 어떨까?)

 

마지막 사진은 좀 섬뜩하긴 하겠지만 바로 부엉이다

그것도 죽은 부엉이

(올빼미인지 부엉이인지 헷갈려서 찾아봤는데 귀가 저러면 부엉이가 

맞다고 하더라)

 

이번에 일본 여행갔다와서 생긴 일인데. 밤 되면 우리 집 근처를 배회하는

고양이들이 몇 마리 있다. 마침 시장에서 가자미를 아주 싼 값에 사온 날 

(13마리 만원이다). 우리집을 쳐다보고 있길래 혹시나 하고 그릇에 

담아놨는데.  다음날 되어 보니 생선만 사라져 있었다. 그 짓을 몇 번 했는데

며칠 뒤 아침에 보니 집 앞에 부엉이 한 마리가 놓여져 있었다.(난데?)

`부엉이의 죽음`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누구 말로는 날아와서 부딪혀 죽었다 그러고 하지만 나는 간밤에 그런 소리는 못들었으니까.

내 생각엔 고양이가 물어온 것 같은데 무슨 의도로 그런지는 모른다.

고양이는 역시 이해할 수 없는 동물이 분명하다.

 

근처에 사는 어르신이 부엉이를 보더니 그냥 논밭에 갖다버리라 그랬는데

그건 좀 너무하다 싶어서 밤에 땅을 몰래 파서 집 옆에 묻어 주었다. 

 

여기까지가 고양이와 관련된 일의 전부다. 

 

이 글을 쓸까 말까 고민을 꽤 했는데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바로 이런 거다.

이 녀석에 대해서는 전에 키우던 사람이나 아니면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 훨씬 더 자세히 알고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텐데..하는 생각 

 

내 입장에서는 바람처럼 스쳐간 그 녀석에 대해 써야할 자격? 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게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물론 나와 그 녀석이 지냈을 때의 일은 나밖에 모르니 뭘 어떻게 써도 내 맘이긴 하다만 

그래도 잠시 그런 고민을 했던 것 같긴 하다. 마치 꼭 내가 별 것도 없는데 과장하는 기분?

그런 기분이었다고 해야 하나. 실제로 이 녀석과 살을 부대끼며 함께 지내는 사람은

정작 따로 있는데 말이다...

그런 거 보면 글이라는 건 참 의미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다만 부엉이는 다르다..

이 녀석은 이제 땅에 묻혔고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이 녀석에 대해서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나뿐이다. 이 녀석을 물어온 고양이는 어차피 글 같은 건 안쓸 테니까

그래서 나는 세상에서 사라져 버린 그 부엉이를 기억하자는 마음에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나는 글을 쓰면서 이건 좀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 것 같다.

 

잘살아라 소크라테스야~네 덕분에 나에 대해 알았단다. 

그리고 부엉이 너는 다음에는 절대 겨울에 태어나지 말거라.

그건 인생을 즐기기에 적합한 계절이 결코 아니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