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외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을 테고..또 다른 번역가를 검색하면 거기에도
많은 의견이 있을 것 같다. 단지 나는 내가 느끼는 것과 비슷한 것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신기할 뿐이다.
물론 예술은 그런 측면이 있다. 선입견이 작용한다고 해야 하나.
유명한 바이올린 연주자가 1억원짜리 과르넬리를 들고 길거리에서
연주해봐야 사람들은 모르고 지나쳐 간다.
하루키 책도 저자 이름을 바꿔서 출간 해 버리면 사람들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알 수 없다. 그건 이미 로맹 가리가 콩쿠르 상을
두번 수상하며 증명했다. 전문가도 속일 수 있다.
그러니 내가 `1973년의 핀볼`을 한 번에 다 읽어 버린 것도.
이건 윤성원 번역이니까 라는 선입견이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다만 여기서 내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그 후의 효과이다.
다시 말하면 와인을 마실 때 말고 다음 날 아침에 느끼는 기분이랄까.
책에 나온 표현을 빌리자면 꼭 배전반을 갈아 끼운 느낌이다.
세상에는 그 존재만으로 나를 부럽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그게 누구냐면 한눈에 봐도 무척 차분해 보이는 사람이다.
세상에는 가끔 그런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 건 연기를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겉으로 티가 나니까.
그런데 나는 그게 잘 안된다.
혼자 있고 싶은 건 맞는데.... 혼자 있으면 생각이 많아진다.
살아가기에 무척 난감한 성격이다.
책을 읽고 난 다음날에 어김없이 고요함이 찾아왔다.
머릿속에 잡념이 없다.
효력이 어느 정도 이어질지 모르지만
그런 순간이 찾아올때마다 나는 내가 죽는 날까지 이런 상태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늘 소망한다.
덕분에 오늘 아침의 커피는 무척 맛이 있었다. 생각이 없다는 건 이렇게 행복한 일이다.
하루키도 그렇고 이 번역가도 그렇고 원래가 그런 사람들 아닐까.
그래서 그 호응이 잘 맞는지도 모르겠다.
가만히 혼자서 머무를 수 있다는 것, 더 이상 무언가를 찾지 않는다는 것.
그건 대단한 능력이다.
나는 그저 그 사람들이 써내려간 글을 보고 그런 기분을 잠시나마
맛 볼 뿐....
물론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내가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나는 일상생활에서는 별로 트러블을 만들지 않는다.
다만 글을 쓰다 보면.. 확연하게 드러난다고 해야할까.
어느 순간이 되면 혼자서 히죽거리고 있다거나. 또 어느 날은
혼자서 열심히 자기를 파괴한다거나. 그도 아니면
자랑질을 늘어 놓고 있다. 다시 말해 일관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정말이지 머리맡에 메트로놈을 하나 가져다 둬야 할 것 같지만
아쉽게도 이 세상에 글쓰는데 도움이 되는 메트로놈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기록들을 찬찬히 다시 훑어 볼 때의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들죽날죽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그러니 시종일관 물흐르듯 흘러가는
이런 잔잔한 글을 보면 당연히 부러울 수 밖에는 없다.
그러고 보면 세상에는 글을 쓰기 위한 성격을 타고난 사람이 분명 있는 것 같다.
'하루키에 관한 생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가 다시 나올 가능성은? (1) | 2020.03.22 |
---|---|
하루키의 책은 여자들이 보면 불쾌한가? (0) | 2020.03.20 |
peter-cat 에서는 무슨 일들이 있었을까 (0) | 2020.03.14 |
아쿠타가와상과 하루키의 악연? (0) | 2020.03.11 |
노벨 문학상과 하루키 (0) | 2020.03.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