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그건 아무도 모른다.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인간은 계속 태어날 테고
그러다 보면 또 누군가가 나타날지도..
하지만 모차르트가 다시 나타나지 않는 걸 봐서는
태어나도 다른 걸 할지도 모르겠다.
양쪽 다 국어교사인 부모 밑에서..
어릴 때부터 책을 아주 좋아한...
물론 이 두 가지 조건이 그렇게 희귀하지도 특별해 보이지도 않는다.
다만 현대의학이 혹은 과학이 밝혀 내지 못하는
어떤 유전의 측면에서 보면
먼저 부모가 어느 정도의 책을 읽었느냐가 어떤 식으로
자식에게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다만 유명한 작가의 자녀들이 딱히 글을 쓰는 것 같지는 않아서....충분 조건 정도로,
역시 작가는 가난해야 하는걸까)
대신에 하나 더는 어릴 때부터 책을 무지막지하게
읽었다는 대목인데... 이건 꽤 의미가 있다고 본다
사람들은 언어는 어릴 때 습득해야 된다는 사실은 알면서도
왜 문학적 어휘는 그렇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린 시절 어느 정도 수준의. 어떠한 활자들을 소화하느냐는
앞으로 그 사람의 성격이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전혀 모르겠다만.
최소한 글을 쓰는 데 있어서는 큰 영향을 끼칠 것 같다.
나는 가끔 욕 잘하는 애들 보면 그 부모를 한 번 보고 싶어질 정도니까.(이건 칭찬이다. 정말 예술의 경지에 이른 애들이 있다)
행동은 보고 배우는 건지 잘 모르겠다만 언어는 안 가르쳐주면 원래 모르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하루키는 극히 드문 케이스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스스로 책을 읽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 게다가 그 관심이 점차
높은 수준의 문학으로 확대 되었으니.그것 역시 흔치 않은 일이겠지.
세상에 있는 천재 중에는 스스로의 노력
만으로도 그 자리에 오른 사람도 적지 않다.
뭐 오히려 이쪽이 더 많다고 할 수도 있을지도...
다만 내가 느끼기에는 그렇다...
노력으로 만들어진 천재도 대단하지만
타고난 재능이 뒷받침 된 천재가 만들어 낸 작품은 그 느낌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 베토벤과 모차르트, 리스트와 쇼팽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와 말러
내가 느끼기에... 후자가 만들어 낸 작품에는 인위적인 느낌이 덜하다.
좀 더 내츄럴 하다고 해야할까. 질적인 수준에서 똑같은 평가를 받는다 해도
그 느낌은 사뭇 다른 것 같다..
(아주 익숙해지면 하나는 읽히는데 반대쪽은 여전히 이해가 될듯 한데 안된다. 뇌구조가 다른 걸지도)
예술이라는 분야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음악과 미술은 분명 타고난 천재성에 어릴때 부터의 교육이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 같은데..
그에 반해 문학은 그것을 판단 내리기가 쉽지가 않다.
실제로 문학가를 만들려고 영재 교육 같은 걸 하지는 않으니까.
그리고 제대로 된 글을 써내는 작가의 경우는 대부분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이다. 그러니 알 수가 없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만..
( 젊은 나이에 데뷔하고 사라지는
작가는 밤 하늘의 별만큼 많은 건 사실이다, 음악과 미술은 이것과는 또 다른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 하루키는 무척 특이한 케이스로 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지도 모르겠다.
다시 말하면.. 자발적이긴 하겠다만 스스로 행한 영재교육이 있었고..
거기에는 부모라는 배경도 어느 정도 뒷받침이 된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사람들이 그렇게 쉬워 보이는 문체의 그의 소설을
감히 흉내도 내지 못하는 사실이 비로소 이해가 되기도 한다.
결국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미술하는 사람들이 그런 경향이 있는데.. 주위 돌아보지 않고
처음부터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한가지 길만 가던가.
그도 아니면 남은 건 하나 밖에 없다고 보는데
유명하다는 것들을 모두 섭렵한 뒤... 거기에 없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면 된다.
(그런 거 보면 잭슨폴락이 대단한 사람이다. 피카소가 다 해먹었다고 한탄을 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존경한다)
하루키가 둘 중에 어떤 유형인지는 나도 알 수가 없다.다만.. 같은 말이라도 어떤 과정을 거쳤느냐에 따라서 그 의미는 전혀 다르니까.
가령 `나는 하루키라는 작가를 가장 좋아한다`고 해도..
그 말이 하루키의 책만 읽은 사람이 하는 말과.. 다른 작가들의 책을 모두
읽어 보고 난 사람이 하는 말은 질적으로 다르니까.
물론 현실에서는 같은 의미로 받아 들여지겠지만.
하루키의 책을 읽으면서 점점 드는 확신은 바로 이거다.
문학이 다른 예술과 비교해서 차이점이 있다고는 하지만...
하루키에 대해서 만큼은 다르게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사실이다.
그의 성장 과정 자체가....
대부분의 작가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게 어쩌면 그가 지금까지와의 소설가들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갈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비슷한 글들이 전혀 나오지 않는 현실을 생각해 보면
그 의심은 점점 확증으로 굳어지고 있다..
물론 시간이 흘러..다음 세대가 어떻게 평가할지는 모른다만..
이제 세상에는 이야기들이 넘쳐 나고 있다.
뭐가 픽션이고 논픽션인지 조차 헷갈릴 정도이다.
안타까운 건 논픽션을 이겨낼 픽션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이 한 마디면 그것 만으로도 괜찮은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세상에는 여전히 아직 나오지 않은 많은 이야기들이 있겠다만..그건
예전에 비하면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로 소비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시 말해 그 희소성만으로도 가치를 부여해줄 만한 이야기는 예전에 비해
많이 없어졌다는 말이다(물론 계속해서 나오기는 하겠다만)
결국은 똑같은 이야기의 반복..재생산이 이루어지는
것일텐데..최근 헐리우드의 움직임만 봐도...그런 것 같고.
그렇게 생각하면 비슷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하루키의 작품에 빠져드는 이유는
단연코 스타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그게 뭔지는 나도 설명할 수가 없다. 요새 보면 하루키의 책에 나온 내용과
비슷한 글들은 여기저기 넘쳐난다.
다만...그 내용이 비슷할지언정...담겨 있는 그릇까지는 같을 수가 없나 보다.
우리나라에 `상실의 시대가` 나오고 나서 아류작들이 쏟아져 나왔다고 하는데..
물론 읽어 본적은 없다만..도대체 그 중에 살아남은 책이 한 권이라도 있기는 할까...
그랬다면 내가 이미 읽었겠지..
그러니 그건 그냥 일회성 복제..씨없는 수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 같다.
결국 같은 커피라도..용기가 종이컵이냐 아니면 근사한 코펜하겐잔 이냐에 따라
맛은 미세하게 달라지는 거니까.
(물론 나는 종이컵이 더 좋다. 편한 게 최고다)
내용을 담는 그릇...도대체 하루키가 가진 스타일이란 건 뭘까...
여기서부터는 내 머리로는 이해가 불가하다...그건 설명이 안 된다.
그걸 배울 수 있다면....나도 글을 쓰리라...
그가 한 말대로 무엇을 쓰느냐는. 어떻게 살아가느냐라고
한다면 나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다.
이건 그가 늘 언급하는 쥐덫보다 더하다.. 애초에 들어가는 입구도 안 보인다.
(마라톤을 100번쯤 뛰어야 하나)
다만 문학에 있어 내가 생각하는 스타일에 대해서
딱 하나 짐작가는 게 있다면..
샐린저가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썼던 그 스타일은.
분명히 `포트노이의 불평`으로 이어졌고 어쩌면 `자기 앞의 생` 에 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는 거다.
(그 세 분은 나이를 먹고도 하는 짓이 꽤 비슷하다.아니 좀 유치하다.그래서 셋 다 사이좋게 페루에 묻어주고 싶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다만 샐린저의 인생을 곰곰히 떠올려 보면... 그 스타일이 이야말로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이었으니...하루키의 말이 맞긴 한 것 같기도 하고...
홀든 콜필드여 영원하라!
그렇게 생각하면 그런 스타일이 이어질 수 있었던 건.. 누군가가 배워서 된 일이 아니라..
단지 그렇게 살아가는 어떤 누군가를 끌어 당겼다고 보는 게 훨씬 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자 이 대목에서 나는 살짝 기대를 가지게 되는데...
하루키가 가진 스타일이 그와 비슷한
어떤 누군가를 끌어 당기기를 살짝 기대해 볼 수 있으니까..
그런 책이 좀 더 나온다면 내 인생에 행복한 순간이 조금 더 늘어나지 않을까...
그래도 이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도대체 스타일이 뭐지?
남들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으면 다른 방식으로 해라?
난 컴플레인은 기발한 방식으로 잘하는데.. 그런 걸 뜻하는 건가...
하루키의 스타일은 어디서 빌려온 것일까 아니면 스스로 만든 것일까..만약 빌려온 거라면 그 원형은 어디에 있지.. 이상하게 찾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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