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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에 관한 생각들

하루키의 책은 여자들이 보면 불쾌한가?

by 아오야마 2020. 3. 20.

 

 

 나는 남자라 그런 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다만 이런 의견들이 심심찮게 달리는 것으로 봐서는 

전혀 없는 것 같지는 않다.

 

이번 대담집에서 가와카미 미에코 씨가 콕 집어서 따졌는데

그건 내가 봐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노르웨이의 숲` 만 해도 그냥 그럴 수 있겠다 싶었지만

 

그 이후의 작품들에서 보면 성적인 장면이 단순한 연애를 넘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쓰이고 있는 건 사실이다.

 

특히 `태엽 감는 새`와 `1Q84` 그리고 

(최근에 `기사단장 죽이기` 에서는 마리에가 처음보는 사람에게

가슴이 작지 않냐고 물어보는 건 말도 안 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으니..)

하긴 이런 데 불쾌감을 느끼는 여성도 적지는 않은 것 같다.

 

여기에 대한 나의 의견은? 글쎄 반반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남성작가이다 보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들고..

성적인 장면에 다른 의미를 부여해 놓은 것은 사실이니까. 다만 

겉으로는 그렇게 보일 수 밖에 없나보다..

요새는 여자들의 입김이 세다.. 독자의 70%가 여자는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드는데. 그 정도로 책을 좋아하는 건 여자가 많으니까..

 

그 외에 기억나는 건 가와카미 미에코 씨가 이제 주인공들의

안목이 높아졌다고 지적하는 부분이 있는데 여기서는 정말 빵 터졌다고 해야하나

 

가와카미 미에코 입장에서는

책에서 주인공이 멘시키 집에 놓인

`고이마리`접시를 알아 본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다고 생각없이 던진 말 같은데.

거기서 하루키가 미처 생각지 못한 어떤 오류라도 드러난 느낌이 들 정도였다.

(분명히 뜨끔했을거야)

 

내가 생각해도 그 책의 주인공이 그런 접시를 알아봤을 것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쪽과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인물이니까. 접시같은 건 여자 아니면 

관심 갖기가 힘들다. 차라리 꽤 비싼 브랜드의 커피잔 이었으면 모를까

 

그런 거 보면 여자들은 다르다. 미에코 씨도 살림은 하고 있을 테니

`고이마리` 라는 말이 나오자 마자 머릿속에 번쩍 하고 불이 들어왔는지도 모른다.

(영화를 볼 때 요코여사가 하루키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저기에 나온 가구가

괜찮아 보이지 않냐고 질문하는 것처럼)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을 문제가

여자들의 예리한 레이더에 걸려든 느낌이랄까. 

 

이번 대담을 통해서.. 다음 작품에서는 성적인 부분이 지금과는 달라진 

새로운 소설이 나오지도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렇다..

난 아직도 1Q84에 나온 후카에리와의 정사가 그의 소설에서 단연 가장

충격적이었다. 다른 말로 하면 좀 거슬렸다고 해야하나.

아마 그건 내 성격과도 맞물려 있을 것 같은데..나보다 나이가 어린

여자들이 성적인 대상으로 인식되지 않아서 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면 내 입장에서는 뭐니뭐니 해도 레이코가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해야 할까. 

왜 내게 그런 인식이 생겨났는지는 모르겠다만 아마도 바뀌기는 쉽지가 

않을 것 같다. 그런 거 보면 사람은 참 다양한 것 같기도 하다. 

내 뒤에 그런 태엽을 감으라고 장치가 만들어져 있는 건지도..

 

그런 거 보면 여성작가들의 책에서는 확실히 성적인 장면이 덜 나오는 것 같긴 하다.

본인들 스스로가 거기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건지. 나도 알 수가 없다.

아니면 딱히 그런데 관심이 없는 건지도.. 여자와 남자는 분명 다르니까..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내 책장에도 점점 여자 작가들의 책이 늘어가고 있다.

그건 대단한 변화다. 3-40년 전의 작가중에는 그렇다할 사람이 없다만

최근은 오히려 여자 작가들이 뛰어난 글을 더 많이 써내는 느낌이다. 특히 일본은..

이러다가 역전이 되어버릴지도 모르겠다.

 

이러다 시대가 바뀌면 책에 여자와의 섹스 장면을 넣기라도 하면 미개인 취급을 당하는

날이 올런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런 반발이 유독 한국과 일본에서만 더욱 심하게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역시나 인식의 차이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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