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로...그 하루키가 하늘에서 계시를 받던 날..
진구구장을 걸어 나와 곧장 들러 만년필을 샀다는 기노쿠니야 본점.
그 만년필이 어떤 건지 알았어도 기념으로 하나 사고 싶지만
이미 40년도 전인데 그런게 남아 있을리가 없을 테고.
아무튼 이곳에 도착해서는 마음이 좀 훈훈해 졌다고 해야 하나.
서점은 굉장히 큰데.. 내 기억에 한 주 전에 갔던
오사카에서 본 서점이 더 컸던 것 같기도 하다.
거긴 거의 10층 전체가 에스컬레이터로 이어져서
책으로만 채워져 있었던 기억이. 책 백화점 수준이었다.
일단 한 코너에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하루키의 저서들을 표지만 감상..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별 아쉬움은 없었음.. 왜냐하면 어차피 다 읽은 거니까..
하지만 바로 옆에 놓인 하루키가 번역한 외서들 그것들을
쳐다 볼때는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저건 내 능력밖의 일이니까...
지금 이 나이에 일본어를 배운다고 해봐야..
저 문체의 느낌을 구별할 수 있는 것도 아닐테고..
결국 다음 생으로 미루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책 외에도 하루키의 기고글이 실린 잡지류가 꽤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건 가끔 번역해서 올려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있어서 꽤 감사하며 읽고 있다.
특히 하루키 인터뷰를 모두 모아서 올리시는분.
다음에 그 분 책이라도 한 권 사드려야 하는데
하루키 코너에서 계속 서성이면서 혹시나 그의 책을 집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얼굴이라도 한 번 볼까 했지만 이상할 정도로
사람들이 이 쪽으로 오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2층에 마련된 하루키의 일본어 코너보다.
1층에 마련된 하루키의 영어 번역본 코너에 사람들이 더 몰려 있는 듯..
하긴 나도 여행 마지막 날에 심심해서 두 권이나 사버렸으니.
서점에는 사람들이 엄청 나게 많다는 것.
엘리베이터 걸이 있다는 것
그 외에 딱히 기억나는 건 없는 것 같다.
글쎄. 하루키의 신간이 발표되는 날에는 또 시끌벅적해지겠지만
그 날이 언제가 될 지는 알 수가 없으니까.
기노쿠니야 서점 근처에 있는 카페에 앉아서.
29살의 하루키가 야구장을 걸어 나와 만년필을 사러
서점으로 걸어가는 동안 어떤 기분이었을지를 한참이나 상상해 봤는데.
글쎄..
그는 묘한 흥분을 느꼈을까. 마치 좋아하는 여자와 처음 데이트를 하러 가는 날처럼..
아니면.. 자신이 대단한 작가가 되는 그런 상상을 하며 즐거워 하고 있었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자신도 알 수 없는 어떤 기분에 휩싸여
멍한 상태로 발길이 저절로 기노쿠니야로 향하고 있었는지 나도 알 수가 없다.
다만 그 순간 자기도 모르게 심장이 두근두근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고작 만년필 하나를 사러 가는 길에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작가로 태어난 사람들에게는 정말 축복같은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가끔 그런 생각해보는데
하루키 라는 사람은 와인을 만들 때 처럼 평생동안
책에 있는 활자들을 머릿속에 꾸깃꾸깃 집어 넣다가.
어쩌면 그날 진구구장에서 그 압력을 못 견디고 코르크 마개가
펑 하고 열려 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물론 거기서는 아주아주 잘 숙성된 최고급 와인이 흘러나왔겠지만 말이다
여담이지만 실은 나도 그날 기노쿠니야에서 늘 쓰던
스테들러의 펜을 하나 산 다음 카페에 앉아 뭔가를 쓰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보니 시간이 훌쩍 가버려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건 이상할 정도로 나를 엄습해 오는 어떤 고독함과 싸우기 위한 하나의 투쟁이었지만..
혼자하는 여행은 처음이라 익숙치 않아서 그렇겠지만
내가 무슨 여행작가도 아니고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하물며 여기가 휴양지도 아니고 도심속을 혼자 내내 걸어다닌 다는 건
역시나 지겹다.
그렇다고 댄스댄스댄스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유미요시를 만나는 것도
아니고..(그건 소설이야)
그 생각을 하니까 문득 고등학교때 선생님 한 분이 생각나는데..
30을 조금 넘긴 나이에 시골에 있는 학교까지 온 특이한 분이어다.
원래 서울 분인데 이분이 좀 그런 스타일이었다.
결혼은 관심 없고 여자인데 혼자 여행 다니는..
그 외에 평소에 하는 거라곤
오로지 집에서 드라마 보는 거라고 했는데.. 머리가 좋은 분이라.
등장인물의 입에서 다음에 나올 대사를 맞추는 능력이 있었다.(????)
그 외에는 별로 말도 없고 표정도 없고..재미라곤 없다.
다만 뭘 물어보면 째깍째깍
대답은 다 해준다.아주 개인적인 질문조차도 서슴없이 말이다.
그렇게 친하게 지낸 건 아니다만 몇 십년이 흐른 지금도
어쨌든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을 정도니..내게는 무척 인상이 깊었는지도
여담이지만..이름에 `미`자가 들어간 여자중에서
내가 본 사람들에 한해서 말하자면
한자는 당연히 아름다울 `미`자를 썻겠지만
거기에는 알고보면 어떤 결핍을 나타내는 의미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이 분도 지금 뭐하고 살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내가 이렇게 살 줄 알았으면 친하게 지낼 걸 그랬다.
같이 여행다니면 꽤 재밌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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